TEXT

모든것을 곱씹는다고 한들 좋은것이 나오는 게 아니다

Day_dreaming 2012. 12. 7. 05:54

막 바빠야 할 때이다 머리속은 불안감으로 가득차고 몸은 안절부절 못해서 하루에 사소한 실수들을 몇 개 저지르면서 신경질도 좀 부리고 하늘에 욕도 몇 번 해재끼고 바빠죽겠는데 걷다가 발에 채이는 돌이 있으면 그것에 너 잘 걸렸다라는 식의 핀잔을 주면서 발걸음을 서둘러야 할 때다 보통 마감을 앞두고 자주 했던 행동들이다 그런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생각해보면 피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의례 그렇듯 모든 일상을 다 죽이고 오로지 그것 하나 목숨 걸듯 전진 또 전진 울고 멍해지다 결국 끝장을 보고야마는 성미가 나의 주요 특질중 하나였다 근데 지금은 고요하다 이상하다


괜히 이것조차 핑계와 변명을 나름대로 열거해보면 가장 큰 산이라 여겼던 하나를 끝냈고 그렇기 때문에 마무리만 하면 되는 시점이라 고비가 풀린건지 몰라도 괜찮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이부자리 정돈을 하고 간단한 아침 체조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말아둔다 매일 하나씩 좋아하는 영상들도 챙겨보고 책도 본다 물론 빠지지않고 와인도 한 잔씩 약처럼 마신다 누군가한테 우는 소리로 투덜대지도 않고 내리는 눈도 보고 학교에도 갔다가 장도 보고 청소도하고 그렇게 늘 하던 것들을 망가뜨리지않고 유지한다 며칠전에 문득 부엌에서 내가 너무 고집스러운가 싶기도했다 혹은 지금 작업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왜 불안하게 초조한 기분이 덜 들지 전 보다 혼자 중얼거리는 거다 이게 제일 이상한건가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거나 어쩌면 마음을 차분하게 먹는 다는 것 하루를 산다는 것 최선을 다한다는 것 모든 행동거지들에 대해 누군가의 혹은 모두들 그런다는 상태에 대해 억지로 맞추려고 하는게 아닐까 밥 차려 주거나 안 먹는다고 잔소리 할 사람 아무도 없는데 혼자 단식투쟁하고 있는 꼬락서니처럼 말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배가 고파서인데 가끔은 너무 귀찮아 손하나 까딱하기 싫어도 결국 배가 고파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하고 없으면 만들어야하고 냉장고가 비어있으면 채워넣어야한다 그러면 장을 보러가야하고 이 어이없고도 당연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면서 그렇게 머리 굴리고 초조해한들 없던 금쪽같은 문장이 나올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스스로 흡족해한들 누군가에게 들려줄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 그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괜한 자기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천장을 바라본들 문장과 밥과 밥처럼 중요한 문장은 내 손에서 자라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하루를 정직하게 살자 헛된 것은 망상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