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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에베레스트 : 서쪽 능선

Day_dreaming 2014. 5. 3. 17:27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하루의 도보 여행은 오후 일찍 끝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우리는 더위에 지치고 다리가 너무 아플 경우 지나가는 셰르파에게 어쩌다 한번씩 묻곤 했다. "캠프까지 얼마나 더 가면 되지?" 그러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2마일만 더 가면 됩니다, 나리."였고, 우리는 그들이 서구인들이 물으면 무조건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는 걸 곧 눈치챘다.

저녁 시간은 고즈넉했다. 고요한 대기에 가라앉은 연기로 어스름녘의 풍경이 꿈처럼 부드럽게 풀려나가고 내일 우리가 야영을 할 능선은 황혼빛으로 물들었으며 내일 우리가 넘어가야 할 높은 고개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다. 가슴 속에 그득 차오르는 흥분으로 인해 내 마음은 거듭거듭 서쪽 능선으로 치달았다...

해가 질 때는 외로움도 역시 찾아들었다. 이제 회의에 빠지는 일은 극히 드물었으나 그럴 때면 흡사 내 전생애가 내 뒤에 펼쳐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덜컥 내려앉곤 했다. 나는 우리가 일단 그 산에 오르기만 하면 눈앞에 가로놓인 과제에 깊이 몰입하는 바람에 그런 기분은 사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이따금, 결국 내가 찾던 게 뒤에 남겨놓고 온 어떤 것이라는 걸 깨닫기 위해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깃들곤 했다.

/ 토마스 F. 혼베인, 에베레스트: 서쪽 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