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카모메 식당을 다시 보니,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린 그 여자가 숲속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버섯을 가슴에 주워담았던 장면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방을 찾으려고 어쩔 수 없이 머문 낯선 장소에서 말도 안통하는 외국여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를 해주고, 그렇게 사람들과 섞여 시간을 보낸다. 그러곤 어느날 잊고 있었던 가방이 도착해서 여는 순간, 가방 한 가득 버섯이 담겨져있던 장면은 아주 상징적이면서도 기다림의 가르침을 보여준다. 그렇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에는 그 무엇이 잡히지 않을 듯 보이지 않다가 그와 전혀 별개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한참 하고나면, 어느새 다시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와있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 무엇은, 가방은 스스로 도망친 적이 없고 어쩌면 마음 한 구석으로는 잠시 사라져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스스로 추구하는 바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사실 그런 시간의 경과라는 것은 한번씩 쉼표를 찍는, 숨통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며칠전 친구와 오래만에 길게 통화를 하면서 나는 가끔 애인 생각으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토로했더니 한참을 웃더라. 사실 그러면서도 나는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신다. 모든 것이 한 가지로 꽉차있는 순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돌아올 것은 때가 되면, 아니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돌아오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