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주 커피를 들이키고 책상에 앉으면 곧잘 12시 넘겨도 쌩썡, 그러고나선 6시정도 되면 눈이 반짝 떠져서 노인네 몸으로 바뀌어 가는건지 아니면 해가 길어져 이런건지 헷갈렸었다 더운 날씨 닥쳐오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커피도 뭐도 다 소용없어지고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제는 9시반에 잠이 들더디 일어나는 시간은 같았고 어제도 비슷한 시간에 잠들었다가 한 시간 전쯤 일어났다 새벽 5시 45분. 내키는 대로 자고 먹고 마시는 것 생각해보면 그렇게 살아본적이 하도 오래전이라 적어도 슬슬 체력관리 해줘야 한다는 친구들말에 겁이 좀 난다만 몸도 몸인데 정신까지 삐끗해지기 쉬우니 고것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 어제는 휴지가 떨어져 슈퍼에 간 김에 장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돌아왔다 아뿔사 무의식적으로 장바구니에 휴지 대신 키친타올을 담은 것이다 부엌에서 하도 어이가 없어서 껄껄대고 웃다가 룸메이트왈 뭐 화장실에서 써도 크게 상관없잖아,라고 하길래 만져보니 이건 뭐 휴지 2개를 세로로 합쳐놓은 것 뿐 키친타올로써의 특징을 찾아보긴 힘들었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화장실에 우뚝허니 세워뒀다
점점 날짜들이 다가오고있다 어제는 달력을 켜놓고 잠깐 아찔한 생각이 들었는데 마감앞에서 작아지는 마음은 평생 갈테니 새삼스레 펄쩍 뛸 것도 없다 초연해지는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고 직시해야 할 때라서 그런다 딱 고만큼의 결과가 날 기다리고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나, 천만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결국 딴소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사람이란 걸 나이들면서 알게되었다 그러니 삐끗이 다른게 아니라 엉뚱한 상황에 늘 잠복해있다가 적절하다 싶으면 던지는 거다 응용술이 부족해서 늘 애를 먹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