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즉각적으로 공사가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금요일 새벽, 갑자기 내 방 창문 앞에 세워진 거대한 아시바들이 오늘에서야 그 기능을 시작한 것이다. 시에서 일괄적으로 우리 동네 창문들-특히 도로쪽으로 나있는 창문들-을 교체하는 공사를 시작했는데 겨울이 시작되는 지금에서야 우리집 차례가 된 것이다. 정신없이 버둥거리며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한채 급하게 책상과 메트리스 책장을 바깥으로 빼내고 룸메이트 방으로 옮겼다. 내가 물을 수 있는 것이라곤 언제쯤 이것이 마무리 될 것이냐였지만 그 어느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게다 그 들 중 상당수가 영어를 하지 못했고 개중에는 여기 사람이 아닌 이민자라 여기 말도 영어도 모두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쨌든 나와 룸메이트는 학교를 가야하는 상황이었고 그저 창문이 달릴지 과연 끝날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대략 2-3시쯤엔 끝난다라는 약속아닌 약속을 듣고 집에 돌아왔건만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들은 자유롭게 우리집을 활보하며 실내에서 담배를 태워댔고 먼지와 거리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급한 마음에 책상을 부엌으로 끌고와 앉았더니 잠깐 내 방 같기도 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일 하는 사람들 중 한 남자에게 거실은 좀 늦더라도 내 방 먼저 끝내줄 수는 없겠냐, 라고 공손하게 물었다. 시종일관 친절하게 웃음으로 대답하는 남자였지만 설명이 복잡함을 느끼자 곧장 자신보다 영어를 잘 하는 동료를 불러오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다 여기 사람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가 오길래 같은 질문을 했다. 여기가 내 방인데, 거실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내 방부터 먼저 끝내줄 수는 없냐, 왜냐하면 나는 이 방에서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 바디 랭귀지를 섞어가며 한다는 말, 무슨 일? 마사지?
아뿔사. 그는 내가 동양에서 여기까지 마사지 일을 하러온 직업 여성인 줄 알고 그렇게 물은 것이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설명했고 나는 학생이라 공부를 해야한다, 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아, 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겠다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같이 있던 룸메이트는 내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것을 보자 그냥 무시하라고 언에듀케이티드한 사람이라 그런 것이라고 달랬다. 그런데 쉽사리 그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마사지라 마사지.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본 것도 본 것이지만 어쩜 동양여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렇게 쉽게 떠올릴 수 있는가. 실제로 이 도시에 합법화된 성매매 업소 주변에 중국 스타일 마사지, 동양 마사지, 태국 마사지, 라고 적힌 가게들이 제법있다. 풍문에 의하면 그 업소들 대부분은 마사지와 더불어 성매매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에있는 터키탕 비스므레 한 것일게다.
여전히 모든게 낯설고 불편하고 내 집 같지 않는 도시이지만, 어딜가나 편한 곳이 있느냐 싶기도 하고 임시적으로 머무는 장소라도 내 공간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뀐지 오래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그 어느때보다 불안하고 불편하다. 소음이니 먼지니는 덮어두고 사람들, 그 시선, 상상력의 결핍의 시선들이 괴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