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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변명

Day_dreaming 2015. 7. 12. 19:15

막상 문을 열고나니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하기 보다 문을 어떻게 닫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시작했다. 남 눈치도 많이보고 소심한 것 같아도 사실 그의 말마따나 별로 주변과 타인의 반응에 별 미동이 없다. 때로 뿌리채를 들어 올리지는 않더라도 강한 바람으로 누군가의 말들에 휘청거릴 때에는 작정하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어쨌든 시작을 열고 끝을 낼 장본인이 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테니까. 한용운의 수필중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근본적으로 이 고통의 탈 가운데서 뛰어나와 쾌락하게 평화로운 영적 활동을 계속하여 가면, 고통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외다. 고통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 못할 것이외다." 여기서 주목한 지점은 고통 그 자체가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번민과 변명 사이에서 고통은 자리이동을 하며 스스로를 헷갈리게 한다. 이 정도면 괜찮아, 이번엔 여기까지,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잖아? 라고 주문을 거는거다, 내 목을 스스로 죄어가면서.


집에 들를 때 마다 할매는 점점 더 이른 시간에 잠이 들어 내가 일어난 한참 후에야 잠에서 깨어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만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울때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살만큼 살았다고 말해도 나는 매순간의 그녀의 고통을 헤아릴 수 없다. 이만큼 무기력한게 또 있을까. 고통스러워 보이는 한 인간의 삶 앞에서 내가 알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내 차례를 그저 기다려야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