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처럼 여겨진 적이 있었다 마음은 둘째치고 몸뚱아리가 그렇게 느껴져서 물도 잘 주고 볕 좋은데 찾아 자리도 옮겨보고 계절도 견뎌보고 근데 요즘은 문득 내가 가구가 되어가는 것 같은 생각이든다 창백하게 희거나 검은 북구식 전형적 가구 색깔들처럼 눈에 띄지않게 방 구석구석 어디에도 모나지않은 가구 여기 가구들의 가장 큰 헛점은 겉은 번지르르한데 다리 네 개 중 하나의 나사가 맞지 않거나 뒤늦게라도 하자가 하나씩 발견된다 적당히 쓰다가 새공간으로 가면 버려도 크게 아까울 것 없는 가구,들. 신기하게도 복수형으로 쓸 수 없는 영어단어들 중 furniture 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이상할 따름이다 셀 수 없는 먼지처럼 밤새도록 닦아도 처음으로 복귀되지 않는 종잇장같은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