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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2

Day_dreaming 2011. 2. 22. 11:46
이 월 이십일 일의 오후

봄 볕에 꾸벅꾸벅 조는 병아리들처럼
노인들은 점심을 먹고 저녁 먹기전
그 시간을 보내기위해
며느리와의 시간을 피하기 위해
일렬로 앉아 손에 책을 쥐고
소파에 몸을 구겨 넣는다
검은 봉다리 속의 비밀-
박하사탕 하나를 건네주는 할머니 왈
이거라도 먹으면서 읽어,
계속 이렇게 앉아있다보면 졸립잖아
나는 늘 알사탕 몇 개씩을 챙겨서 다닌다우
네- 감사합니다

봄이니 여름이니 가을이니 겨울이니에도
꼼짝앉고 자리를 잡고 앉아
왼 편에는 시나리오작법서
오른 편에는 깨알처럼 적힌 노트를 펴고
고개를 파묻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내려가는
여자
아, 언젠가 저 여자의 글을 읽을 날이 올까
지치지 마세요
주머니에 박카스 없었던 게 천만 다행
저 여자 인생에 대해 뭘 안다고
갑자기 슬퍼진다

봄 볕을 쬐면 조금 나으려나 여러분

이 월 이십일 일의 밤

만추를 보고나니 미국에 가보고 싶어졌다
크래쉬 같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지만
잭 캐루악 빔 벤더스 그리고 구스 반 산트가 그려냈던
어떤 미국이 또 있으니까
사막의 광활함
아무도 없었던 곳에 잠시 누군가가 되어
땅에 발을 디뎌보는 것

커피 마시러 가기에 시애틀은 너무 멀긴한데
꾸물꾸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도시
이른 아침의 숨을 뿌우하고 내뿜기에 안성맞춤이었던
런던 뒷골목 처럼
안개가 걷히지 전 누군가와 잠시 만나
호호 불어가며 뜨거운 커피를 나누고
손을 맞잡고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