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헤리넬도 마르께스 대령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전신 호출을 받았다.
소강 상태에 빠져 있는 전쟁에 새로운 돌파구를 전혀 열어주지 못할 일상적인 대화였다.
대화가 다 끝나갈 무렵 헤리넬도 마르께스 대령은 인적이 드문 거리와 편도 나무 잎에 맺힌
수정 같은 물방울을 보았고, 자신이 고독 속에 잠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우렐리아노. 마꼰도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그가 전송기 키로 슬프게 말했다.
전선에는 오랫 동안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전신기 키들이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보낸
비정한 기호들을 찍어내며 뛰기 시작했다.
[얼간이 같은 소리 마라, 헤리넬도. 팔월에 비가 내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기호들이 말했다.
/ 백년의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