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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Day_dreaming 2010. 9. 29. 21:29
오늘은 본업에 전념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능하면 죄책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딴짓을 더 열심히 했다.

2편의 영화를 보고
1권의 책을 읽고(여기까지는 마치 트뤼포 마냥!)
여름옷 정리를 했다.

1권의 책은 2년 전 친구가 자기 생일에 읽어보라며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오늘에서야 집어 들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오래전에 김점선씨의 삶에 대해서
작업에 대해서 흥분하며 떠든적이 있었지.
술 못하는 그 친구가 콜라를 홀짝 거리고
열심히 듣고 말하느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밤새 떠들었던 그리운 날들이 오늘 하루 종일 생각났다.
오늘의 문장을 몇 자 옮겨둔다.

[그때 나는 왜 그 책을 읽었을까?]

(중략) 여행을 가지 않고 여행 대신 머릿속을 정리하는 독서를 선택하는 생활 습관은
그때부터 평생 동안 이어졌다. 나는 늘 내 머릿속을 다스리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머릿속이 편안하면 아무리 좁은 공간에 박혀서 지내도 우주를 다 가진 듯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물리적인 공간을 갈망하는 것은
미치는 지름길이라고도 생각했다. 협소공포증은 상상력의 부족,
즉 두뇌의 힘이 부족한 사람이 걸리는 정신병이라고 생각했다.
철학 책을 읽는 것은 머리의 힘을 기르는 데 아주 좋은 두뇌체조라고 생각했다.
철학 책뿐만 아니라 독서는 인간이 발명한 행동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쓸 때 인간은 최선의 상태에 있는 자신을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에게 전달하려는 의지에 불탄다.
이것이 최선의 인류애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을 읽는 자들은 이미 천 년 전에 죽은 다른 민족의
조상에게서까지 은총을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비록 인류문명의 오지에서 태오난 약소국 국민이지만 머릿속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몸은 중요 무대에 서 있지 못하지만 머리만은 지구의 중심에서 숨 쉰다고 생각했다.
(중략) 결국 그림도 생각을 벗어난 행위는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생각을 더 많이 해서
생각이 가지게 되는 해석마저 제거해야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은 수학여행 안 가고 책 읽던 습관이 그림을 그리는 힘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젊어서 두뇌체조를 열심히 한 것이 평생의 정신적인 힘이 되었음을 그림을 그리면서 천천히 알게되었다.
/ 점선뎐, 김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