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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시각은 둔해지고 호흡에 온 신경이 빼앗긴다. 산소가 절실할 때에는 내 몸을 일으켜 계속 걸을 수 밖에 없다. 공간은 저만치 달아나고 내몸은 이동해있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기억이 함께 머물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산. 문득 오늘 아침 뿌옇던 시야를 뚫고 내 눈앞에 멈춰섰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나는 그 때 자주 울었고 많은 죽음을 떠올렸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마음에 자리할 틈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뒤늦게라도 찾아왔다. 그 해 우리의 시작의 날들이.

image 2015.06.20

옛 동네

연말카드를 보냈더니 친구 하나가 2년 전 나 살았던 동네에 놀러왔다가 찍었다며 사진 몇 장을 보내주었다여전히 생생하지만 또 아득하다 내게 익숙한 상황과 풍경들을 타인에 시선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생경하며 낯선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각해보면 이친구나 나나 지난 몇 년간 고국 혹은 모국 밖에서 떠돌며 살고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포착하여 건네는 이미지속에 기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 서로는 각각 다르며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해서 홍콩의 뒷골목 속에서 베니스 시장통 귀퉁이의 모습을 발견하는 꼴이랄까. 어디다, 라고 쉽게 이름붙이면 끝날것을 그나 나나 뜸들이고 쉽게 자리를 안내준다. 그게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일, 안목이겠다.

image 201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