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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

Day_dreaming 2016. 2. 14. 16:16

최근 읽고 있는 책들이 고서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도통 쉽게 뜻을 헤아릴 수 없는 말들, 이를테면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들이거나 대부분 한자로 이루어진 것들 혹은 입말의 방언들이라 도통 진도가 안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들이 대부분 1920-30년대 씌여졌거나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또는 이론서들이다. 당시 한글 표기법, 띄어쓰기 등도 정립되지 않은 때라 그러하겠지만 무엇보다 식민지와 서구 근대 문물이 한데 섞인 것이 대부분인데 그렇다한들 쉽사리 비빔밥이니 라고 폄하할 수 도 없다. 말 그대로 자의든 타이든 '인터내쇼놀' 한 상황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인텔리들'의 산물임은 틀림없다. 도쿄에 가서 러시아어, 불란서어를 배우겠다고 호언장담 했다는 이상이나, 시 백 편을 써서 돌아오겠다고 떠났던 북간도에서 자연스럽게 백러시아인들과 만나 러시아어를 배웠다는 백석의 이야기가 그닥 허세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 쉴세없이 쳐들어오는 양인들을 쇄국정책으로 막아낸다 한들 이미 도착해버린 이국의 말들, 이야기들까지 쉽사리 내몰수는 없었을 것이다. 단순히 머리를 단발하고 옷을 바꿔입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경성이든 변방 북간도든 간에 지식을 위한 것이든 살기 위한 것이든 이방인과 그들의 삶, 문화를 만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조선인의 운명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빗장을 잠그고 귀를 틀어막는다 한들 살아갈 방법이 별로 없다. 예나 지금이나. 무섭고 두려운 낯선 언어들이, 그게 외국어든 그 무엇이든, 이 세계에 내가 놓여진다면 한번쯤 통과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타인과의 만남일까 나 자신과의 대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