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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내달리라고!

Day_dreaming 2011. 4. 20. 13:45
심장의 고동이 고막 안쪽에서 쿵쾅쿵쾅 울렸다. 적당한 감정이 떠오르지 않았다.(중략) 어른들은 누구도 지로와 구로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그리 밤늦은 시각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일 9시나 10시였다면 분명 누군가 초등학생들이 왜 밤늦게 돌아다니느냐고 의심스럽게 물어왔을 것이다. 정말 초등학생은 왜 이렇게 불편한 거야. 하느님에게 항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하마터면 코 안에 넣어놓은 약이 튀어나올 뻔 했다. 마취가 풀릴즈음 핏물이 목구멍으로 딸려 넘어가는 것을 느꼈는데 재차 그런다면 좀 곤란하지. 한 달 전쯤 만났던 선생님이 권해주신 책들을 읽는 중이다. 그래도 일본소설만큼 가족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야말로 강추하셨다. 몇 주에 걸친 자체 감금상태, 실제로 무언가를 해내야했으나 사방으로 기운이 빠져나가 동동거려 문장 하나 읽을 짬도 없었다. 이제는 찍다 버린 단편들을 모아서 이야기의 실타래를 엮을 시간이다.

일일연속극이라 해도 매회, 일일마다 사소하지만 한 두개의 사건들이 존재한다. 어릴 때 일일연속극을 보면서 하루하루 뭐가 그리 특별한 일이 있을라고 드라마까지? 하며 시큰둥해 했는데 실제로 무언가가 계속 벌어지더라. 도쿄밴드왜건이 일일연속극 풍이라면, 남쪽으로 튀어 경우는 미니시리즈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대게 일일연속극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적어도) 자식들 앞에서 큰 흠 잡힐 것 없이 가정교육을 적당한 수준에서 가르치는 반면, 미니시리즈로 넘어가면 골치덩어리로 둔갑한다. 그런 부모를 둔 아이들은 대게 겉늙어버리기 일쑤다. 여자애들은 대게 하루라도 빨리 집 밖을 뛰쳐나갈 궁리를 하고, 어린 남자애들은 집안의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그치만 초딩이어도 사람, 소년이어도 남자라 2차성징이니 학교안 권력구조니에 한 번씩 휩싸이기 마련이고 겪을건 다 겪는다는 말씀. 우리집 꼬마애가 가끔 통달한 듯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거나 침착한 자세를 보일 때 오싹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욕해도 되고 울고짜도 되는데 배 속에 능구렁이인지 도사님이 들어앉아있어서 그런지 고체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어디선가 나를 보고 혀를 차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보게, 어물쩡거리지 말고 제목을 달아보세. 시간은 다가왔다. 혼자 튈 궁리만 하지 말고. 적어도 골치덩이 리스트에 누나까지 추가시킬 수는 없잖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