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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할 필요 없는 것들이 있다.

Day_dreaming 2007. 4. 19. 14:08
뾰족하고 기다란 막대기를 코 속 묘한 표면에 접촉했을 때 상쾌할 줄 알았더니 왠걸 코피가 죽 흘렀다. 이비인후과들의 묘한 원리에 놀라고 있다.
의사들은 코도 귀도 목도 열심히 구멍들을 들여다보면서 미묘하고 정교한 손놀림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의자에 딱 앉았을 때 '긴장푸세요'라는 말을 듣고도 손끝이 저려온다.
잠깐 딴 생각들을 해봤다. 오늘 날씨가 좋은데 뭔가 언밸러스하게 옷을 입고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아까 지나다가 잠깐 거울 봤더니 머리가 제대로 구부러 지지 않았던 것도 마음에 남고
어제 저녁 늦게 헤어진 자들은 도대체 무슨 노래들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문득 어제 저녁 원서동 근처의 분위기가 다시 생각났다.

내 친구는 근사하게 전시를 하고 있었다. 오비맥주를 디스플레이 한 것은 별로라고 생각했다.
전시제목처럼 배신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카스와 함께 보낸 정겨운 시간들이 훨씬 더 긴데
오비는 그냥 오비일뿐, 게다가 덤 같은 느낌으로 주문했던 브랜드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죽어라 담배를 피우며 웃어대고 어떤 사람들은 체면을 한 껏 세우는 듯 조심스레
그리고 날렵하게 새우튀김을 집어서 속닥대고 있었다. 뭔가 물끄러미 주위를 바라보다가 흐믓해지다가도
계속 어색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사람많은 곳을 갔을 때 몇 가지 반응들을 하곤 했는데 어젠 그냥 잠자코 있었다. 그래도 좋은 날이고 피곤에 절은 얼굴을 갖고 있었지만도 으젓해진 친구를 보면서 기분도 좋아졌다. 순간 서있다가 누군가 지금 우리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