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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어찌됐든 책임지겠소

Day_dreaming 2011. 4. 14. 22:53
십 오년 전 쯤 길거리에 짝짝 뱉었던 침이 돌아왔다 그 때는 땅이 하늘인 줄 알고 그렇게 땅을 쳐다봤지 땅이 거울인 줄 알고 그렇게 땅을 노려봤지 어릴 때는 아주 어릴 때는 나도 잘 웃는 아이였다던데 따른 아기들처럼 차에 타면 낯모르는 사람들한테도 껌뻑껌뻑 인사하며 헤헤거렸다던데 머리 커지고 나서 헤헤 거리지는 못할 망정 가끔 못된 버릇 못 버리고 남 비웃는데다 쓰곤 했지 헤헤
정오에 TV강의를 보면서 그르니까 인생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들 홈쇼핑 보는 아줌마들이랑 뭐가 다르냐 이러면서 패션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경멸했지 일 만원 짜리 면 돌돌 감고 십 만원 짜리 머리 돌돌 볶아대고 그러면 행복하냐 뭐 이죽거리면서 말이야 그래서 머리긴 애들 가방 끈 긴 애들 속눈썹 긴 애들은 모조리 싸잡아 밥 맛 없는 애들 이렇게 생각했어 안경쓰는 것들 저 사이로 착한 표정 지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음흉할까 무서워했지 사실 진짜 앞이 잘 안 보였을 수 도 있는데 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일 년 전 쯤 길거리에 구멍나라 뱉어놓은 내 한숨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야 야 이게 어디서 아직 그러는 거야 누굴 이해할 수 있다고 뻑하면 고개 끄덕이는 거야 솔직한 척 소리질러놓고 쥐락펴락하는 간덩이는 안 들키는게 신기하구나 막 그러는거야 비물질 노동 나는 노동을 모른다 몸이 부서러져라 일 했던 부모가 그 덕에 돈 벌어 지어놓은 방 안에서 매일 무서운 꿈만 꾼다 나는 보험도 하나 든게 없는데 부서져라 일 도 않는데 머리통은 점점 말랑해져 눈물만 새어흐르는데 어따 쓸 수 있는데 도대체 쓸모란 뭔가요
내가 오늘 반성의 시간을 잠깐 가졌지 대낮에 커피들고 낄낄 거리는 것들 뾰족 구두 신으며 울상짓는 것들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한 모든 사람들은 노동의 현장에서 살고 있더라 최소한 2-3개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인터퍼스널 릴레이션쉽에 대해 날 때 부터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더라 한타 영타 뭔타 할 것 없이 기본 안타는 칠 수 있는 타율을 가진 자들이다 하루를 오전을 오후를 깨알같이 쪼개쓰고 웃으며 일하며 커피마시며 공부를 한다 게다가 가족을 원한다 게다가 연애도 한다 게다가 꿈도 꾼다

실험적인 삶이란 없다 삶은 체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잠자고 밥 먹고 잔고 확인하기도 바빠죽겠는데 남의 자리 치우고 치아도 깨끗해야 하고  손톱도 만지란다 그리고 뭐든 다 크리에이티브 해야 한다 정말 희한한게 느슨하고 놀 때 가장 크리에이티브- 할 수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구글이 그랬짆아 잠자고 밥 먹고 잔고 확인 하기도 바빠죽겠는데 자기계발서 밑줄 그을 시간도 없어죽겠는데 남 욕할 기운도 없고 찾기 귀찮아 사내연애 하고 자빠져 있는 판에 건강을 올개닉을 금연을 할 시간이 어디있냐고

그니까 꼴랑 일 년을 달랑 삼 일을 살아도 말이야 나는 나고 나는 느낄 수 있어
얼마나 아슬아슬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등을 맞대고 서로 죽일 꿈을 꾸면서도 결국 한 밥 상에 앉아있는 심정이 사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말로 행동으로 사람을 끌어당길 수 는 있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맨날 쳐울고 내빼는 것 같아도 내가 떠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 하는지
그런데 말이야 정말 나는 집이 없다 방살이족이니 한창 젊은데 도 닦으러 가냐고 뭐라뭐라해도 나는 집이 없다고 정말
그치만 말이야 나도 알아 나를 
맺음말을 할 수 없는 지금
그런데 끊임없이 쓰고 싶은 지금
게다가 노래까지 하고 싶은 지금
내가 그런 지금에 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