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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Day_dreaming 2011. 4. 12. 08:19
시놉시스만 얼추 봐선 젊은 여자애가 하숙하게 된 집 주인 할머니와 투닥거리며,
한 마디로 나와 할매가 그러하듯 마치 부부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사는 모습을
발랄하게 보여줄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나 빼고 주변 사람들이 코훌쩍 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생각해보면 90분짜리 영화 속 세상은 겨울봄여름가을, 게다가 기승전결이 있으니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도 끝맺어야 했고 그점에서 내일 모레 무덤에 들어갈 일만 남았다는
노인네와 이제 막 스물이 넘은 여자애 둘 중, 누가 더 인생 종지부를 맞을 준비되어 있느냐라고 하면
당연 팔십 먹은 노인네겠지. 근데 뭐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막상 수긍해야하는 상황되면
그게 뭐든 싫은 거다. 죽는거든 헤어지는거든, 그러면서 그럴듯한 이유들을 덜 상처받을 이유들을
만들어내느라 우리는 늘 죽어라 바쁜거다.

요며칠 빼꼼히 내눈치 보던 엄마가 꽃구경 가자고 해서 선뜻 갔더니
꽃이 덜 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추웠다.
칠 년 전쯤, 지금보다 체력왕성, 어리다고 나보다 나이 많은 친구들이
밥 사주고 술 먹여주고 게다가 손에 택시비까지 쥐어주던 시절에 봤던
새벽, 윤중로 벚꽃이 정말 짠, 했는데.
보고만 있어도 정말 눈물 났는데.
나중엔 그것보러 일부러 그 시간에 지나갔었는데
그 핑계로 또 술 마셨었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뭐든 잡다한 것들을 너무 많이 기억하고 있어서 힘들 때가 많다
봄,하면 그 날.
오늘은 나랑 이름 같은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비행 한 날,
일 그만둔지 딱 일 년 된 날, 일 년만에 돈 벌러 나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