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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동안

Day_dreaming 2014. 10. 21. 11:09

피해왔던 만남을 막상 가지고나면 실은 예상과 달리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손을 먼저 내민적 보다 타인의 손을 기다리다 쑥쓰럽다는 듯 잡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또 그렇게 달린다. 어쩌면 그들의 손을 잡는 순간 참 별것 아닌데 하면서도 언제나 망설이고 또 망설이게 된다.


반복되는 질문과 고정적인 대답사이에서 짐작조차 어려운 시간들이 통과한다. 몇 가지의 이야기들 속에서 손쉬운 동정과 애정을 표시하고 사라진다. 어찌 누군가의 삶을 안다고 쉽게 말할 수 있겠느냐만 해서 시작조차 하지 않는 일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안다. 적당한 친절과 예의를 배운다. 그것이 나이듦의 증거이고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어렴풋 넘겨버린다. 


날 때 부터 누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지만 막상 벌어지고 나면 지금 이 순간보다 아득한 과거의 시작점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사로잡히기 쉽다. 부모가 형제가 집안이 사회가 내 몸 하나를 옥죄고 벗어나지도 나아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확신에 찬 원망.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은 너를 모른다는 말과도 같다. 함부러 할 수 있는 말들은 고의와 실수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나온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침이 다가올거라는 불안감속에 급하게 마음의 이름을 둘러댄다. 때문에 쉽사리 지금 이야기들을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꺼낼 수 없는 것이다. 물속에 갇혀 우는 아이마냥 내 눈물과 물사이에서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 비가 내리면 언제나 떠올리는 장면이다. 모든 것의 침묵 끝에는 또 다른 침묵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