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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의 시간

Day_dreaming 2011. 4. 13. 10:04

엄살 좀 부려야겠다 오랜만의 밥 벌러 나가는 일은 깨나 긴장을 주었던지 일찍 눈이 떠졌고 침대속의 노곤한 기운에 뻗쳐날 수 있는 대부분의 쓸데없는 잡념들이 비집고 들어올 새 없이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섰고 영어학원생 증권가 차장님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자들 사이에서 몸을 작게 만들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이동했다 홍대의 아침은 참으로 뻔뻔한 얼굴을 가졌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으나 요즘엔 능구렁이들이 설치지 못하도록 벌써부터 밥벌러 나온 사람들이 한가득 있었다 골목마다 온라인 쇼핑몰인지 개인숍인지 정체모를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태를 한껏 뽐내며 사진예술에 심취할 무렵 나는 담배연기를 한 대 뿜다가 잠깐 어질했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참으로 길었고 생각보다 내가 남들 사이에서 무리없이 잘 섞어들어갔다 젊은이들은 차를 마시고 외국어를 공부하지만 그들에게 그 시간은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어제 일 뿐 사회인들은 너무 바쁘고 일을 엄청나게 잘하고 늘 푸석한 얼굴로 매끈한 페이퍼들 사이에서도 원전걱정을 방사선 걱정을 그리고 자신감 회복을 위해 자기최면의 시간들까지 확보해나가며 하루를 깨알같이 쓰고있었다 낮에 마신 반주덕인지 몰라도 하루종일 머리가 멍하면서 기운이 좀 없었지만 멀리 떠날 친구를 앞에 두고 큰 결심을 한 뒤 얼굴이 부쩍 이뻐진 친구를 앞에 두고 나와 겨울 내내 고군분투한 친구를 옆에 두고 문학적 상상력이 무지하게 풍만한 친구를 옆에 두고 뒤늦게 일어쩔어 내 어깨에 머리를 떨구는 친구를 옆에두고 나는 그저 잠시 투덜거리다가 또 눈물이 날 뻔도 했다가 다행이다 싶다가 얼큰해진 기운에 집에 도착 아 사람은 참 적응능력이 대단하군 하고 느꼈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분명 오늘인데 어제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 이름모를 사연을 가진 책상앞에 앉아 잠시 사회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개폼 좀 잡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