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인으로부터 기대하는 소소한 것들이 때로는 상대에게 전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고 어렵지않은 시도라 여겨 왜 그는 나에게 그것을 주지 않는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관계의 중심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늘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 상대는 그것을 언제 행할지 어떻게 행할지 말 그대로 뜸을 들이는 사람. 무언가를 기다린다, 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해버리는 순간 골치가 아파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무언가를 품는 희망의 씨앗을 마음 한 켠에 두어서는 안된다. 주머니속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하면서 언제쯤 상대에게 이것을 보여줄까, 라고 눈치를 살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모든 시간이 발생하는 순간 원래의 목적은 퇴색되기 마련이고 씨앗의 형태는 점점 더 잘 다듬어진 가공의 무언가로 곧 거듭할 자세를 보일 테니까. 그렇지만 주머니 밖으로, 그의 눈 앞으로 꺼내든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손은 늘 그것이 처음 상태와 같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 매우 구차하고 치사스러운 변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씨앗은 그 자리에 빛을 보지 못한채 영구적인 잠에 빠져들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예외적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