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
아무런 준비없이 전화를 받는 것이 언제나 두렵다. 역시나, 너무 오랜만에 은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보고 몇 초간 멈칫했다가 결국, 받지 않았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를 함께 공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급작스럽게 걸려오는 메시지, 특히 전화에 대한 공포심이 크다고. 반은 진심, 그리고 또 반은 거짓. 누군가에게 좀 더 자신을 위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위한 시간과 여유의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일장연설을 했다. 비판적인 시각과 애정어린 조언에 대한 궁핍함이 밀려오고 있는 시즌인데 내가 누구에게 이 따위 정정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버려진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 쉼 없이 불어재끼는 바람을 보면서 언제나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