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167

결정적 순간

도시 생활을 그렇게 얼핏 본 것들로부터 나오는 감정은 어떤 사진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것과 대충 같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이 아마도, 이러한 문맥에서 기억해야 할 중대한 개념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준비성이다 : 시 한편을 쓰겠다는 혹은 사진을 하나 찍겠다는 기대를 갖고서 거리 속으로 걸아나갈 수는 없겠지만, 그런 기회가 언제 나타나든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작품'은 그것이 세계에 의해서 당신에게 주어질 때에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고, 하나의 시로 인도해줄 그 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야만-설사, 그것으로부터 아무런 시도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한다. 레즈니코프는 그 도시를 헤치고 걷는데, 그러나 대부분의 시인들처럼 "..

TEXT 2007.04.24

변할 필요 없는 것들이 있다.

뾰족하고 기다란 막대기를 코 속 묘한 표면에 접촉했을 때 상쾌할 줄 알았더니 왠걸 코피가 죽 흘렀다. 이비인후과들의 묘한 원리에 놀라고 있다. 의사들은 코도 귀도 목도 열심히 구멍들을 들여다보면서 미묘하고 정교한 손놀림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의자에 딱 앉았을 때 '긴장푸세요'라는 말을 듣고도 손끝이 저려온다. 잠깐 딴 생각들을 해봤다. 오늘 날씨가 좋은데 뭔가 언밸러스하게 옷을 입고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아까 지나다가 잠깐 거울 봤더니 머리가 제대로 구부러 지지 않았던 것도 마음에 남고 어제 저녁 늦게 헤어진 자들은 도대체 무슨 노래들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문득 어제 저녁 원서동 근처의 분위기가 다시 생각났다. 내 친구는 근사하게 전시를 하고 있었다. 오비맥주를 ..

TEXT 2007.04.19

move on

지난 주 토요일 그룹홈 시작. 아침에 일어났더니 옆에 바람이 누워있어서 잠시 깜짝 놀랐음. 밖에 나갔더니 글쎄의 옷가지들이 널려있어서 한 번 더 놀랐음. 내가 다른 누구들과 살고 있다라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 화장실 휴지통을 다른이들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제 처음 알았고, 그 일주일 사이에 수북히 쌓인 휴지들은 다 나의 배설물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제는 제법 살림살이들이 갖춰져 있어서 차도 마시고 커피도 내려마시고 냉장고 열어봐도 여느집 부럽지 않게 반찬들도 제법있다. 옥상이 있어서 밤마다 작렬하는 홍대의 술집 간판들을 보는데 내집이 여기라니 기분이 묘했다. 새벽에 담배 하나 사러 나가는 길이, 수노래방을 지나 빠다까지 가야하는 상황도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비늘언니는 농담으로 비늘에서 우리 ..

TEXT 2007.03.30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공적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공중 앞에 현상하는 모든 것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까닭에 가장 폭넓은 공공성을 가진다"는 것이 공적인 것의 첫째 의미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하나의 현상으로 지각되는 것만이 현실성과 실재성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것은 모든 사람에 의해 지각되는 현상들의 현실이다. 둘째,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이라는 점에서 공적인 것은 '세계 자체'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인 것은 우리가 그 안에서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장소'와 엄격하게 구별된다. 이 두 가지의 의미를 종합해보면 공적인 것은 우리가 말과 행위를 통해 우리의 인격을 드러내는 구체적 행위의 공간과 장소로서의 '공론 영역..

TEXT 2007.03.22

[scrap] ADC 85 展 (ADC 85TH Traveling Exhibition)_제로원디자인센터

ADC 展 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오는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한 달간 뉴욕 ADC 85 展을 개최한다. ADC 어워드는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로,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 아트 디렉터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매년 5월경 뉴욕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주요 수상작들은 뉴욕 ADC 갤러리에서 시작하여 상 파울로, 비스바덴, 중국, 시카고, 달라스, 홍콩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갤러리를 순회하며 전시된다. ADC 전시는 크게 6개 부문 - 하이브리드, 광고, 그래픽디자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부문별로 한해 동안 가장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작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고 있다. 올해부터 제로원디자인센터는 85회 ADC 전시의 글로..

TEXT 2007.03.20

[scrap] 봉준호+미셸 공드리+레오 까락스 영화만들기

봉준호 감독이 미셸 공드리,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함께 일본으로 간다. 와 는 세 감독이 옴니버스 영화 (가제)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각각 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3편의 영화 제작을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도쿄에서 찍는 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봉 감독은 3월9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의 홍보를 위해 뉴욕에 체류 중이다. 다른 두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봉 감독의 플롯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라고만 밝혀진 상태다. 봉 감독의 촬영일정은 7월부터 8월로 잠정 결정됐으며 다른 감독들도 비슷한 시기에 촬영할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관련인은, 세 감독이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다는 조건 하에 도쿄 시내의 자유로운 로케이션이 가..

TEXT 2007.03.02